오랜만에 멜로 다운 영화를 봤다 

 

그 동안 기억에 남는 멜로는 시월애, 클래식, 노트북, 파이란, 말할 수 없는 비밀(내용보다는 여주인공 때문), 오버 더 레인보우, 8월의 크리스마스, 동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등 몇몇 개가 있었지만 대부분 20대 중반 이전의 기억이라서 오랜만에 비슷한 감성을 느꼈다.

 

 뭐 대부분의 이런 류의 영화가 그렇다 사랑 얘기들을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극히 어렸을 때는 사랑이 뭐지? 이런 원론적인 의문이 생겼었다가 20대 중반에 내린 결론은 이런거였다. 실체를 정확히 알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만은 건들 수 없는 절대적인 그런 의미?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그 말을 하고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이상적인 그런 절대적인 단어로만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실존하는가? 하는 의미에서 설명할 수 없고 언처터블같이 함부로 건들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인문학 강의를 보게되었을 때 철학자 강신주라는 사람이 이런 정의를 내려주었고 그때 조금 이해가 되었었다. 그 사람이 내린 정의는 "항문으로 먹고 입으로 배출하는 것" 이라는 말을 했었고 그것을 아직 기억한다 이 말을 간단히 말하면 그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배고픈데 사랑하는 사람이 배고픈것 때문에 음식을 양보하고 내가 힘든데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참고 견뎌내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그 사람이 아프거나 고통스러운 것을 자기 자신이 아픈 것처럼 느끼는 그런 류의 정의 였다 희생? 이런 의미와 비슷하게도 느껴질 만큼 말도 안되고 거지같은 느낌이 좀 있다.. 

 하지만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명확히 설명이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 부터는 나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지는 것은 매우 피하게 되었다 나 보다 더 숭고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비정상적으로 보여서 인지 남녀간의 사랑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세상의 많은 노래와 영화 문학에서 그 말들을 반복하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건 껍데기같은 느낌이 강했고 적자생존이라는 말 처럼 다른 사람보다 더 강자가 되기 위한 조건들로만 그 말들이 쓰이는 것 같았다 그 조건에 맞추기 위해 많은 감정노동들이 있었다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진짜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 아... 이거인건가? 하는 대사를 보게되었다 못난이 주의보라는 비현실적인 드라마였는데 강신주가 한 말도 내가 느꼈던 감정들도 많이 맞아 들어간 대사가 있었다. 재혼으로 생긴 아들에게 양어머니가 해준 말이다

"사랑이란 건말야 아들...  세상사람들 아무도 못 보는걸 봐주는 거야... 그래서 그걸 알아봐 주는 거 때문에 사는 게 덜 외롭다고 느끼게 해주는 거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사람때문에 덜 외롭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 서로 의지할 수도 있고 도와 줄 수도 있는 수평적인 의미로 느껴졌다 사람의 명예와 돈 외모 같은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가 싶다

 

 어쨌든 서두는 그만하고 다시 영화로 오자 이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을 흥미롭게 묘사했다. 매일 매일 얼굴이 변하는 사람.

 실체는 있지만 겉모습은 매일 변하는 사람이 되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여자들의 공감을 사기 좋게 잘 생긴 배우들로 채워지긴 했지만 은연중에 나도 내면과 외면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솔직히 이런 영화나 드라마는 각각의 주인공마다 케릭터라는 고유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한결같은 모습들이 비현실적으로 채워지지만 이 영화에서는 분리해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여운이 남은 것 같다 세상 그 누구도 하나의 모습만을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착한 모습도 있고 악한 모습도 있고 계산적인 모습도 있고 약한 모습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산다 특히 아무런 철학이나 주관이 없다면 현실적인 욕망에서 더 자유롭기 어려운 것을 여러번 보았다. 그런 경우 돈이나 명예에 대해 많이 목말라 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인 것 처럼 나 또한 그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 다른 사람들의 실체를 알아 볼 수 있을까

 눈치라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모습에 따라 대처를 잘 할 때 쓰인다 그래서 눈치가 밝은 사람일수록 영리하거나 임기응변이 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비현실처럼 매일 변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고 묘사된다. 극 초반에 남자가 하는 일을 맞추는 부분이나 고객응대를 할 때 이 사람이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같이 고민해주는 모습이나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스스럼없이 좋아하는 모습들은 눈치있는 행동을 한다기 보다는 나무를 좋아하는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었고 또 상대방의 개성도 이해하는 듯한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현실적인 갈등들이 있었지만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에 중독된 것 처럼 대체할 수 없는 매력들에 서로 끌리는 듯한 모습은 부러움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이 영화가 완벽하다거나 완전히 몰입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 갈등들이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위 남녀간의 사랑의 정의를 봤을 때 그 사람을 알아봐준다.. 라는 의미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아.. 저 영화 사랑 영화다 라는 답을 붙일 수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개성을 알아봐주었고 여자는 남자의 내면을 알아봐주었다. 그래서 잠깐의 이별이 더 외롭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시 만나는 결론을 만든 것 처럼 그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알아봐주었고 덜 외롭기 위해 사랑을 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극은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고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면의 아름다움?? 이건 아닌것 같은데 위의 내용들과 연결지어 보자면 내면을 알아봐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봐주는 것 이런 의미지 않을가 싶다. 원작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외국 영화는 아니고 광고 같은 거 였고 소개팅 같은 것을 생각했을 때 그때의 나는 단지 하나의 나의 모습일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다 보면 나를 알아봐줄까? 라는 의문과 앞으로 내 일과 개성 마음가짐 등 나의 좋은 모습들을 더 많이 만들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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