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3을 보다 박정현과 헨리가 부르는 shallow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이 영화를 언제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보게 되었다. 음악영화가 주는 감동이라면 가사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가사와 영상의 조화가 이루어져 더 깊은 각인을 새겨준다. 시간이 지나면 노래는 점점 잊히지만 영상과 가사가 어우러지는 순간은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된다. 시월애라는 옛 영화가 스토리보다 음악이 기억이 남는다. 조만간 러덜리스라는 음악영화도 꼭 보고 싶은 영화이다.
영화 자체의 내용은 두 가수의 사랑이야기다. 이전에 비긴 어게인 영화에서는 과거 사랑으로 회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일어날 법한 두 스타의 사랑이야기이다. 무언가 헌신적인 부분이 있는 것이 메릴린 먼로와 조 디마지오의 얘기처럼 사고뭉치? 이기적인 자기애? 와 같이 한쪽의 배려와 이해와 사랑이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말 또한 비슷한 느낌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우연한 끌림으로 시작된다. 늘 술과 약에 취해 사는 성공한 락스타가 술을 채우기 위해 우연히 방문한 드랙바(여장남자들이 공연하는 바)에서 유일한 여자 싱어로 공연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같이 술을 마시면서 누구나 알아보는 연예인이라서 주위 사람들이 귀찮게 하는 것을 터프하게? 넘기게 되고 즉석에서의 자작곡을 통해 서로 속마음도 조금 터 놓게 된다. 음악을 통한 끌림이라는 부분이 시너지가 되어 남주인공의 적극적인 구애에 무명 일반인인 앨리는 자작곡을 그의 공연장에서 세상에 보이게 된다.
여주인공 앨리는 꿈만 가진 가수지망생에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모습이 재능을 가진 재야의 천재가 평생에 한번 올 기회를 붙잡아 세상에 나오는 이야기는 성장드라마의 내용과 비슷했다. 꿈을 이룬 앨리나 성공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던 잭의 모습을 보면서 타고나거나 될 놈이거나의 스토리는 항상 나오는 이야기지만 부러운 소재이다.
꾸준히 작곡노트를 습작하면서 꿈을 키우는 앨리나 유년시절의 불우함으로 인해 음악에 미치게 된 잭이나 영화에서는 타고난 것으로 쉽게 보이지만 영화적 순수함을 더해 보면 그 둘은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을 통해 치유를 받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재능의 차이를 떠나 순수하게 음악 하나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이러저러해서 항상 핑계를 대기 바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몰입감이 그들의 천재성에 당연성과 개연성을 만들어 주어서 그나마 이해가 되지 않을까? 얼마 전에 더 콜이라는 가수들의 콜라보를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딘딘이라는 래퍼가 노을과 이문세의 휘파람을 재해석하는 데 있어 색다른 음악성을 보여준 모습은 마냥 철없어 보이는 TV 속 캐릭터에서 내 직업, 내 음악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새삼 놀랐다. 음악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열정과 진심 그런 진짜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음악에 대한 진심과 열정에 대한 몰입감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하고 주인공의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 둘의 로맨스의 정당성도 설명이 된다. 음악을 통해 사랑에 빠지고 음악을 통해 공감을 하니 영화 속에서도 둘의 듀엣 장면들에서 그들의 진심과 열정이 녹아든 듯한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 낸다.
그 둘의 하모니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는다. 잭의 음악적 영감이 알콜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13년 동안 어쩔 수 없이 살아남았었고 그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을 때 미치지 않고는 힘들었는지 술과 마약에 의존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이명 증상을 달고서도 무대에 오른다. 그의 천재성에 대한 다른 한 면의 결핍이나 음악적 몰입감을 설명해 주지만 주위 사람들이 뒤처리를 하다가 지친다는 말처럼 가장 오랫동안 뒤처리를 해온 이복형과도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앨리와도 갈등을 겪는다. 앨리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인물이었기에 꿈에 대한 결핍이 그녀의 자양분이라면 삶의 고통에서 음악을 만드는 잭의 재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순수성으로 포장해주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앨리의 엄마 같은 모습은 성공한 락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음악과 사랑만 갈구한 잭슨이라는 인물의 추락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 영화가 리메이크 작이라고 해서 원작인 A star is born the original에 대해서도 찾아보니 가장 오래된 것은 배우의 시점이었고 두 번째 리메이크 작은 현재 내용과 비슷하다고 되어있다 다만 추락하는 잭의 모습에서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모습이나 인기마저 다 떨어진 듯한 시놉시스는 주위 사람들의 '뒤처리'라는 것에서 지금의 리메이크 작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심하게 알코올 중독에 마약중독에 향략에 빠진 듯한 뒷배경이 상상된다.
꿈을 이루게 도와준 잭의 추락을 옆에서 보는 앨리는 자신의 앞 길에 방해되는 잭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잭은 마냥 영화속 상상의 인물 같지는 않은 것이 알코올 중독 부모 밑에서 자식도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평생의 음악을 만들었듯이 그런 결핍이 음악에 대한 미친 몰입감과 상대방의 음악을 이해하고 처음 본 앨리에게 아무런 조건과 현실의 필터 없이 온전하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앨리 또한 잭이라는 남자가 다른 남자와는 다르게 순수한 면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천하의 락스타이지만 사랑을 구걸하고 애원하는 모습이 술과 음악과 앨리만 있어도 욕심 없이 살 수 있는 듯한 주인공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앨리를 사랑하기에 이제는 바꿔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연인에 대한 사랑으로 이겨내려는 것이 본인 스스로의 내면까지는 바꾸지 못하는지 결국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본인이 앨리옆에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닫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메릴린 먼로도 본인이 조에게 피해만 끼칠것을 생각하고 자살로 마감한 것으로 되었을까? 어쨌든 타인에 대한 사랑 이런 남녀 간의 사랑으로도 자기 자신에 대한 관념이나 트라우마가 타인으로서는 치유되지 못하는 한계성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결말은 극단적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날 덜 외롭게 해 줄 수는 있지만 그 속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 다는 부분이 사뭇 공감이 간다 인생의 조력자이지 그 사람이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고 선택은 결국 내가 하는 것이 때문에 덜 외롭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남녀 간의 사랑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연출한 부분이라면 마지막에 있다. 앨리가 잭이 작사한 노래로 잭을 추모하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도중에 과거시점으로 잭이 피아노에서 노래하는 이동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음악 영화로서 둘이 한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에 앨리와 과거의 잭이 부른 노래와 가사는 이 영화를 베스트로 꼽는 사람들이라면 기억에 각인되도록 가장 마지막에 그려져서 기억 속에서 오래 남을 것 같다. 줄거리를 길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 항상 음악영화는 각인이 남는다 잭의 순수한 노래에 앨리가 눈물을 흘리며 안아주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베스트 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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