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TV를 따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도 적었고 BTV App을 통해 아이패드로 IPTV 채널들을 볼 수 있어서 따로 TV가 필요하지가 않다. 여기서 가끔 무료 제공 영화를 보는데 한 일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다 보니 신파성의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나 지나친 듯한 공손함은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너무 뻔한 드라마적 서사 구성이 비현실적인 억지 감동을 가져오는 부분이 많았다. 역시나 이 영화도 그런 부분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착하기만 한 주인공과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사연을 가진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는 성인을 위한 동화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화 소개만 봐도 내용이 상상이 되고 또 결말마저 비현실 같은 쓸데없이 아름답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보는 이유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다는 것 그리고 뭔가를 비워볼 수 있다면 다시 새롭게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물음을 한번 해보게 된다.
주인공은 아침마다 체조를 하고 회사에 충성을 강요하는 이상한 블랙기업의 젊은 영업사원이다. 그 스스로도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체 상사에 치이고 업무에 치이고 하면서 쳇바퀴 돌 듯이 죽지 못해 살고 있다. 아마도 실제로 이런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젊은 세대의 청년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잘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기 위해 잘해야 함을 강요받는 것이 내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때론 어깨에 무거움을 지운채 나도 모르게 그 무게에 치였음을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조차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았을까?
굳이 그런 부분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내려놓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고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나가는 부분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 영화처럼 지치고 무거운 어깨 속에서는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희대의 사기라는 부분은 분명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청년이기에 주어진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늙고 나이를 많이 먹으면 무언가 하는 것보다 쉬는 것을 강요받는다. 생각해보면 은퇴라는 것이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주위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내 자신을 온전히 살기 위해서는 굳은 심지와 확고한 선택이 있어야만 주위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젊었을 때 겪어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아픔이라 함은 젊은 시절의 실패를 견디라는 격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에 있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돌아온 길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 같다. 주인공은 분명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친구를 통해 치유를 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내 인생을 오롯이 내가 설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도 어깨가 무겁다. 개발자라는 쓸데없는 꿈과 사명감으로 무장해서 도전했지만 분명히 실패한 부분이 있고 때론 무모했고 한편으로는 부족했다. 성공에 목을 매달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새로운 것에 대해 겁먹지 않는 용기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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